김재환 세계김치연구소 산업지원연구단 선임연구원
김재환 세계김치연구소 산업지원연구단 선임연구원

지난해 요소수 수급 불안정은 우리에게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줬다. 요소수 원료인 요소를 생산하는 중국이 수출을 제한하며 시작된 이번 사태로 인해 화물차는 물론 환자이송을 담당하는 구급차까지 멈춰설 뻔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 코로나19 장기화에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합세하며 식량 원자재 가격 급등세를 보이는 등 우리의 밥상 물가에도 불가피한 변화를 가져왔다.

그렇다면, 효자 수출상품이 된 ‘김치’의 공급망은 어떨까? 김치는 다양한 원·부재료로 만들어지는 종합식품이며, 배추 다음으로 가장 높은 원가 비중을 차지하는 고춧가루는 김치 공급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전망 2022>에 따르면, 2020년산 건고추를 기준으로 국내에서 6만 톤을 자체 생산하고, 생산량의 2배가 훌쩍 넘는 13.3만 톤을 수입했다. 건고추 자급률은 2019년 49.1%, 2020년 41.5%로 전체 공급량 중 절반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마저도 대부분이 중국산이며, 수입 고춧가루를 이용해 김치, 고추장 등 다양한 형태의 식품으로 가공하여 전 세계에 5만 톤 이상 수출까지 하고 있다.

고춧가루는 우리나라 김치산업에 있어 필수 재료이나, 중국이라는 단일 국가 의존도가 매우 높은 농산물이다. 중국산 고춧가루를 수입하고, 수출용 김치에 사용하게 된 것은 한중수교 이후의 일로 역사가 길지 않지만, 이미 중국산 고춧가루는 수출용 김치 공급망에서 대체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농업전망 2022>에서는 십 수년간 감소했던 우리나라 건고추 생산량과 재배면적이 앞으로도 계속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오는 2031년 건고추 자급률은 44.1%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요소수 사태와 같이 국내에 중국산 고춧가루 공급이 잠시라도 중단된다면, 김치는 물론 K-푸드 수출 공급망에 큰 타격을 입히게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과 러시아-중국 간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는 시점에서 미국 주도의 경제제재가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확대된다면, 고춧가루 가격은 폭등하고, 마진률이 높지 않은 김치산업계에 엄청난 충격이 예상된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차치하더라도 기존에 고춧가루 공급망이 취약한 상황이기에, 동북아 기상이변, 중국 정부의 정책변화, 정치 군사적 이유 등의 다양한 원인은 언제든지 고춧가루 공급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급변은 글로벌 김치 공급망의 대혼란은 물론, 밥상 물가 폭등으로 이어져 서민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치산업의 필수 재료, `고춧가루' 수급 동향 (필자 제공)
김치산업의 필수 재료, `고춧가루' 수급 동향 (필자 제공)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 고춧가루로 인한 김치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변화가 요구된다. 고춧가루를 단순히 상품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전략 품목’ 또는 ‘공급망 취약 물자’로 인식하고 생산, 유통, 저장, 수급 조절 등 전 주기적 관리가 시급하다. 동시에 국내 생산을 늘리기 위한 지원책을 비롯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또 한편으로는 중국 외에 다른 국가에서 생산되는 고춧가루를 발굴하여 관세 혜택과 기술지원 등을 통한 공급망 다변화를 꾀할 필요도 있다. 작금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EU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도 중국산 고춧가루의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고춧가루를 포함한 원·부재료의 공급망 안정은 김치 세계화를 위한 필수조건이다. 지금이라도 김치 종주국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 고춧가루뿐만 아니라 각 원·부재료별 글로벌 공급망까지 살피는 적극적인 관리와 예상 시나리오별 전략 수립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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