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 삼영물류대표이사 / 한국물류학 부회장
이상근 삼영물류대표이사 / 한국물류학 부회장

글로벌 경제는 지난해 플러스 성장률을 회복했지만 하반기에는 회복세가 뚜렷하게 약해졌다. 올해도 팬데믹이 지속되는 가운데 각국의 정책기조가 달라지면서 경제정상화는 지연되고, 성장률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지속적으로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여파가 계속되는데다 미중무역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변수가 많다.

주현 산업연구원(KIET) 원장은 2월 28일 무역협회 최고경영자 조찬강연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의 지속과 인플레이션, 복잡한 국제정세 등의 여파로 올해 글로벌 성장률이 지난해에 비해 낮을 것을 예측했다. 주 원장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은 IMF(국제통화기금)가 4.4%를, WB(세계은행)가 4.4%,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4.5%로 내다봤다고 발표했다. 발표 시점은 지난해 12월~올 1월로 3개 기관이 모두 직전 전망치 대비 0.5~0.1%포인트 낮춰 잡았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회복중인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특히 러시아발(發) 에너지 가격 쇼크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지정학적 위기가 부각되며 국제 에너지 가격의 상승세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70~80달러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우크라이나 사태로 배럴당 100달러 이상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우크라이나사태에 군사 개입과 G7의 대(對) 러시아 고강도 경제·금융 제재가 있을 경우, 국제유가는 100~125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을 전망했다.

국제유가 강세는 휘발유 가격과 전기·도시가스 요금 등에 즉각 영향을 미치고 물가 상승도 자극하게 된다. 이미 우리나라는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가격 상승 여파에 작년 12월∼올해 1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는데 앞으로도 무역수지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 미국,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도체와 자동차 공급망 타격

러시아는 미국과 서방의 잇단 추가 제재 조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대한 공격에 들어갔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향해 반도체 등 첨단장비 수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미국 상무부는 자국 행정부의 러시아 대상 제재에 유럽연합(EU)등 동맹국도 협력한다고 밝혔다. 상무부의 대러 수출통제 조치는 주로 러시아의 국방·항공우주·해양 산업에 사용되는 기술에 타격을 입히도록 통신설비, 정보·보안설비, 반도체와 컴퓨터, 레이저, 센서 등에 적용된다.

반대로 우크라이나발 반도체 소재 부족도 글로벌 공급망을 훼손시킬 유려가 크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글로벌 반도체 제조의 핵심 소재인 네온가스와 팔라듐의 주 생산국들이다. 1년 넘게 자동차 업체와 전자업체를 괴롭히고 있는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CNBC는 지난달 말 미국이 반도체 기판인쇄 과정에 쓰이는 네온가스 대부분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한다고 보도했다. 네온 생산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합작으로 이뤄지고 있다. 러시아에서 철강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기업들이 네온을 추출하고 순도를 높이는 과정을 담당한다.

2014년 크림반도 병합으로 이어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에도 네온 가격은 600% 폭등한 바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테쳇에 따르면, 러시아는 전세계 팔라듐 수요의 약 33%를 담당한다. 팔라듐은 반도체 생산의 핵심소재 뿐만 아니라 자동차의 촉매전환 장치의 주요 금속이기도 해 자동차 업체들은 공급차질의 위험을 이중으로 겪을 위험이 있다.
우리나라도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네온, 크립톤, 크세논 등 일부 희귀 가스에 대한 대(對) 우크라이나, 러시아 수입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 우리 기업의 수출과 일부 희귀 품목 수급에도 영향 

한국무역협회는 우리 기업들이 러시아에 다수 진출한 화장품(444개사), 기타 플라스틱(239개사), 자동차부품(201개사), 합성수지(137개사)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수출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러시아로의 수출이 차단되면 현지공장의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와의 교역 규모를 떠나 복잡하게 얼킨 글로벌 공급망에서 어떤 위험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모른다.

우리 정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의 교역 규모가 크지 않아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발(發) 반도체, 자동차 등의 핵심소재 쇼크로 인한 영향은 상당한 리스크를 잠재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와 교역 규모가 큰 나라에서 받은 공급망 타격은 간접적으로 우리 기업에 타격이 돌아와 사실상 같은 수준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사태가 장기화되면 발생할 수 있는 공급망 차질, 실물경제 회복세 제약,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 등 부정적 영향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 범정부 차원의 수입 다변화와 공급망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컨트롤타워 필요

글로벌 공급망의 위협은 계속되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 소제 수출금지, 계속되는 코로나19 패데믹 위협, 수에즈운하의 에버그린호 좌초사건, 반도체 수급 불안정으로 인한 자동차 생산차질 문제, 미·중 갈등에 따른 글로벌공급망 재편 문제, 미국 서부항만 적체로 인한 물류비용 상승과 납기 지연 대란, 중국의 요소수 수출금지 사건 등이 이어졌다. 이런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계속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은 병목, 지체와 단절 등의 교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는 소재·부품·장비의 대일 의존도를 크게 낮추고 공급선의 다변화 및 자립화 필요성을 일깨워주었다. 또한 지난해 중국의 요소수 수출규제는 특정국가에 대한 과다한 공급의존성의 리스크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들 사건들을 통해 공급망 리스크에 대비한 법과 제도의 정비와 더불어 선제적 대응을 담당할 조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필자는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수출규제이후 기회가 될 때마다 정부는 국가 차원의 글로벌 물류공급망 다변화 대응을 위한 기본 전략 수립과 글로벌 공급망 지도를 작성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 보완해야한다고 역설했다.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발생하면 이를 기업이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주요 교역국들을 선별하여 주기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물류와 제조 및 수출입기업에 제공할 수 있는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수집된 정보의 분석과 관리, 효과적 제공을 위한 정보플랫폼 구축 방안 또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범정부차원의 컨트롤타워의 필요성도 제기했었다.

▶ ‘경제 안보를 위한 공급망 관리 기본법’ 제정과 대통령 직속 ‘경제 안보 공급망 관리위원회’ 신설

다행히 지난 2월14일 제4차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에서 대통령은 ‘글로벌 공급망 관리’가 우리 경제 구조의 핵심 관리이기에, 날로 심화되는 공급망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안정성 중심의 공급체계 전환이 시급해졌다고 말했다.

또한 보다 고도화되고 종합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할 시점이라며 산업 분야별로 대응하던 공급망 관리를 넘어서서, 공급망 전체에 대한 범정부 관리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경제 안보를 위한 공급망 관리 기본법’ 제정이 매우 시급해졌다며 컨트롤타워로서 대통령 직속 ‘경제 안보 공급망 관리위원회’를 신설하고, 재정적 뒷받침을 위한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도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가 자원DB(가칭)’ 구축의 법적 근거가 담긴 자원안보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2월 2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국가 자원DB(가칭)’ 구축의 법적 근거가 담긴 ‘자원안보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를 위해 석유나 가스 같은 전통적인 에너지원 외에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핵심광물까지 넓히자는 취지다. 특별법은 국가 자원DB 구축을 위해 정부의 정보통제력을 대폭 강화한 게 핵심이다. DB 대상은 니켈, 희토류 등 전략광물 대부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갈등으로 촉발된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이 보유한 핵심광물 재고 현황도 모두 수집해 데이터베이스(DB)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공공·민간 영역을 가리지 않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고시 등을 통해 지정한 핵심광물 수급 현황을 상시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주요국의 ‘자원무기화’ 등으로 인해 공급망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반도체, 2차전지 등 국가 핵심산업에 필요한 자원이 모두 DB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 물류기업도 물류공급망의 위험에 신속한 대응력을 갖추어야한다. 

먼저, 기존의 물류공급망이 단절되면 빠르게 국제물류망의 대체 노선 확보, 대체 운송수단(해운 ↔ 항공, 해운 ↔ 육로, 항공 ↔ 육로 해운 ↔ 철도, 항공 ↔ 철도 등) 확보, 대체 공항과 대체 항만발굴이 필요하다. 또한 해당 지역 내 운송망 확보, 제3국경유 운송망 확보, 공급자 지역내 운송망 확보와 재고의 적절한 거점에 분산 및 통합하는 역량의 확보와 발굴이 필요하다. 

국가와 기업은 새롭고 예측하지 못한 크고 작은 공급망 위험에 노출돼 있다. 
공급망 리스크는 선제적 대응만이 그 피해를 최소화하고 빠른 공급망 회복이 가능하다. 새로운 위험에 처할 때마다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민해서는 이미 늦다. 따라서 국가차원에서 민관이 참여하는 공급망 위험에 대한 발생요소별로 다양한 대책 수립과 이를 주기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공급망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범정부차원의 컨트롤타워에서 새로운 공급망으로 대체, 우회, 복구 방안을 마련하여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핵심이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가 우리 공급망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검증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무역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