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기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 / 경제학 박사(사진 = 무역경제신문)
민경기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 / 경제학 박사(사진 = 무역경제신문)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2월 24일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의 특별 군사작전 개시 선언과 함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을 개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미국·EU 등의 전면적인 제재(sanctions)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양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들의 경영활동이 현저히 둔화될 위험성이 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FDI 추이

지난 2014년 크림반도 사태 이후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서방 투자자들은 러시아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를 꾸준히 실행해 왔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Financial Times) 계열의 리서치 기관 FDI Markets 자체 통계에 의하면, 2010년 이후 러시아에서 발생한 FDI 프로젝트의 약 82.9%가 OECD 국가 투자자들에 의한 것이었다.

부문별로는 부동산 분야가 전통적으로 러시아 FDI의 가장 큰 비중을 점유하고 있으며, 다음으로 석유와 가스, 그리고 러시아와 주변국 및 서유럽 시장 진출목적의 상품제조를 위한 식음료,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의 투자가 이뤄졌다.

FDI Markets은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 데이터를 인용, 금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양국에 旣 투자된 FDI 누적(Stock) 규모 약 5,000억 달러의 운명을 위태롭게 한다고 진단했다. 참고로 2020년 기준 러시아 FDI 누적(Stock) 규모는 4,466.6억 달러이며, 같은 해 우크라이나의 FDI 누적(Stock) 규모는 489.3억 달러 수준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FDI 추이(자료 = UNCTAD, UNCTAD 데이터를 활용 필자가 재구성)
러시아·우크라이나 FDI 추이(자료 = UNCTAD, UNCTAD 데이터를 활용 필자가 재구성)

▶ 서방의 對러시아 제재(sanctions) 영향

미국과 EU, 영국 등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러시아 은행 거래를 전면 차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러시아가 대다수 국가와 무역과 투자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이다.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인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Ursula von der Leyen)은 2월 24일 기자 회견에서 "우리는 EU에 있는 러시아 자산을 동결하고 유럽 금융 시장에 대한 러시아 은행의 접근을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제재는 크렘린(Kremlin)의 이익과 전쟁 자금 조달 능력에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침공 당일 러시아의 MOEX 주가지수는 '2,020'으로, 2021년 10월 기록한 최고치 '4,254' 대비 52.5%의 사상 최대 폭락세를 기록했다. 이는 침공 소식에 따른 외국 자본의 유출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EU 등의 제재에 'VTB' 및 'SpareBank'와 같은 러시아 최대 은행이 포함될 경우 러시아와 거래하는 외국 기업에게 치명적인 문제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무역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데 장애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들 다국적 기업이 제재 이후, 러시아 주요 은행과 금융거래를 어떻게 수행해야 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 러시아發 공급망 대란 및 러시아의 對中 의존도 증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민간인과 더불어 이들 지역에 진출한 기업에 값비싼 대가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러시아에 진출해 있는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천연가스(natural gas)와 석유(oil), 밀(wheat), 팔라듐(palladium)과 같은 원자재 비즈니스와 관련된 점을 고려할 때, 미국과 EU 등의 제재로 러시아發 원자재 공급망 대란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반면에, 금번 제재로 인해 러시아 경제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시진핑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만난 뒤 양국은 ​​최근 국제관계의 '신시대(new era)'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중국 기업은 러시아의 원자재 부문 투자에 있어 서방 기업과 같은 투자 유보 추이를 보이지 않으리라고 예측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모스크바의 '동방으로의 선회(Pivot to the East)'를 가속할 것 보인다.

▶ 글로벌 FDI의 일시 멈춤 우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많은 기업이 양국에 대한 투자 계획을 보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국제적인 패권 국가(international pariah state)나 외세에 의해 점령당한 국가(country occupied by a foreign power)에 투자하는 것은 해당 투자기업의 평판에 상당한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러시아의 이번 군사 행동으로, 우크라이나에 진출한 일부 기업은 위험을 헤지(hedge)할 것이고, 全 세계 투자자들은 새로운 FDI 계획을 당분간 유보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행히 일부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로의 FDI 유입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석유 시추(oil drilling)와 물류(logistics) 분야 등에서는 외국 기업의 철수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던 우크라이나의 기술 부문 FDI 전망은 암울한 편이다. FDI Markets의 내부 데이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2021년 소프트웨어 등 기술(technology) 부문에서 기록적인 신규 투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렇게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對우크라이나 FDI에 급제동이 걸려버린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진출해 있는 모바일 분야를 비롯한 해외 기술 기업들은 시장 매력도와 인재 등의 요인으로 우크라이나를 떠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지만, 향후 더욱 어려운 경영환경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양국 진출 기업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와 투자 전망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다국적 기업들의 투자 결정에 글로벌 FDI에 일시 중지(pause) 버튼을 눌러 버린 셈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무역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