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농식품부의 발표에 따르면 전지구적인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2021년 우리나라 농식품 수출이 100억 달러를 돌파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특히 딸기와 같은 한국 농산물의 수출이 꽤 성공적이라고 한다.

농식품부는 이 같은 수출증대의 배경으로 한류의 재확산을 말한다. K-pop의 뒤를 이어 '기생충', '오징어게임'과 같은 영화, 드라마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우리 음식에 대한 관심도 커져 K-푸드의 수출 확대가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독일의 어떤 매체는 문화강국 코리아를 2021년도의 승자로 선정했다는 뉴스도 들려온다. K-팝이나 드라마, 영화의 확산으로 인해 해외에서 우리 음식문화에 대한 관심을 커졌고, 문화 콘텐츠의 수출과 더불어 식품 수출 증대라는 결과를 동반했다.

이슬람 지역에 부는 한류의 바람... 불닭볶음면은 최고의 성공작

한가지 생각해볼 점은 한류의 확산은 필연적으로 한류가 전파되는 지역의 문화와 만나게 된다는 점이다. 그중 하나가 세계인구의 1/4을 차지하는 이슬람권의 할랄 문화이다. 중동이든 동남아시아든 이슬람교를 믿는 지역에도 한류의 바람은 거세게 분다.

국산식품 중 최대의 히트 수출상품으로 평가받는 불닭면의 성공은 히잡을 쓴 셀 수 없는 동남아시아 유튜버들이 불닭볶음면 챌린지에 참가하면서 시작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닭볶음면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중동의 할랄인증을 모조리 취득해 이슬람권의 진출에 대성공을 거뒀다. 한류 문화가 현지 할랄 문화를 품에 안은 것이다.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사진 = 삼양식품)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사진 = 삼양식품)

온라인 쇼핑에 지갑 여는 무슬림... 할랄 전용 이커머스 플랫폼 생길까?

한국에도 약 20만 명의 무슬림이 거주한다. 대부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 같은 이슬람 국가에서 온 이주노동자와 유학생들이다. 한국할랄산업연구원이 국내 거주 무슬림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주노동자가 다수인 국내 거주 무슬림들은 월 240만 원 정도의 소득 중 30%인 80만 원을 국내에서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는 약 20만 명의 무슬림이 거주하므로 월 1,600억 원 정도를 한국에서 지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 거주 무슬림들은 월 지출의 약 45%를 온라인 쇼핑에 쓴다는 것이 이번 조사에서 밝혀졌다. 이들은 쿠팡, 네이버쇼핑, 지마켓 등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을 활발히 이용하며, 수입 할랄식품을 전문 판매하는 소규모 쇼핑몰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응답자 중 90%가 한국에서 할랄 전용 이커머스 플랫폼이 매우 필요하다고 답을 했는데, 할랄 전용 이커머스 플랫폼의 가장 중요한 기능으로 판매 제품의 할랄인증서에 대한 진정성 검증을 꼽았다. 이 결과는 이들이 할랄인증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국내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에는 국산 할랄식품이 많지는 않다. 판매 중인 할랄식품은 대부분이 해외에서 수입한 제품들이다. 필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국내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국산 할랄인증 식품은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국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생산해 해외 이슬람 시장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인 할랄 제품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조사에서 국내 거주 무슬림들의 월간 식음료소비(외식비 및 식료품 구입) 지출은 1인당 56만원으로 밝혀졌는데, 이 금액을 기준으로 국내 거주 20만 명의 무슬림이 연간 소비하는 금액을 추정하면 1조 3,440억 원이 된다. 이 금액이 내수 할랄식품 시장의 규모라고 볼 수 있다. 작지 않은 시장이다.

아직 대기업을 비롯한 국내 할랄식품 기업들이 내수시장을 본격적으로 손대고 있지는 않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기업들이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는 시장이다. 국산 할랄식품들이 국내 시장을 외면하고 있는 사이에 해외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인 국산 할랄식품이 국내로 역수입돼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번 조사에 응답한 무슬림들은 자기 고향에서 인기 있는 한국 할랄식품을 한국에서 살 수 없다는 점에 블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상당한 구매력을 가진 국내 거주 무슬림 소비자들이 해외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국산 할랄식품 기업들의 관심을 기다리는 중이다.

요즘 많은 기업이 할랄에 관심을 가지고는 있으나 할랄인증에 대한 막연한 부담 때문에 선뜻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 비건 바람이 불면서 많은 업체가 비건 인증을 받고 있다. 식품기업이나 화장품기업이 비건 제품이나 동물성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제품을 만든다면 할랄인증을 쉽게 받을 수 있다.

한국할랄인증원(사진 = 홈페이지 캡처)
한국할랄인증원(사진 = 홈페이지 캡처)

국내에는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 한국할랄인증원(KHA), 국제할랄인증지원센터(IHCC), 할랄협회(KOHAS) 등 할랄인증기관들이 있으며, 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한국식품연구원과 같은 할랄인증비용과 해외 수출을 지원하는 기관들이 있고 한국할랄수출협회와 같은 단체도 조직되어 있어서 할랄시장에 진출하려고 하는 기업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할랄시장은 비건 시장보다 훨씬 큰 시장이다. 세계인구의 1/4인 무슬림이 소비하는 할랄식품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1조 달러가 넘는 시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구 감소 등으로 내수시장이 작아지는 한국으로서는 해외시장에 사활을 걸어야 할 상황인데 할랄 시장만큼 유망한 시장이 어디 있을까?

세계 최대의 할랄 시장인 인도네시아서는 2024년 10월 17일부터 할랄인증이 없는 식품은 현지 유통이 불가능하게 된다. 점점 많은 이슬람 국가들이 할랄인증을 의무화 수준으로 시행하게 될 것이다. 아직 할랄인증을 받지 않은 기업들은 지금부터라도 준비에 착수해서 도전하기를 바란다. 할랄인증을 규제로만 보지 말고 새로운 기회의 땅에 진입하기 위한 초대권으로 생각하자.

노장서 한국할랄산업연구원 원장<br>
노장서 한국할랄산업연구원 원장

한국 할랄인증의 컨설팅 전문가이자 소식통이 불리는 노장서 원장은 현재 (사)한국할랄산업연구원과 (사)한국할랄수출협회를 이끌고 있다. 그는 거대한 소비시장, 잠재력을 가진 매력적인 시장으로 급부상되고 있는 할랄시장에 국내기업 진출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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